여행 58일차 돌아가는 날을 제외하면 진짜 여행 마지막 날이에요.
두 달 동안 이어진 여정.
처음엔 끝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마지막 도시에 서 있으니 “이게 정말 끝인가?” 싶네요.
동행 없이 두 달을 혼자 다니려니 힘들기도 했지만 막상 끝난다 생각하니 돌아가기 싫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걱정부터 밀려오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죠.
차우세스쿠 저택 투어 – 권력의 사적인 공간

아침 일찍 차우세스쿠의 집(Ceausescu Mansion) 투어를 예약해 두었어요.
https://casaceausescu.ro/en/visiting-details/
Visiting details – Casa Ceausescu
Audio guide Available in French, Spanish, Italian and German
casaceausescu.ro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저택 탐방 -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저택 탐방 - 차우셰스쿠의 비밀을 밝히는 역사 여행의 후기, 가격을 확인하고, 지금 바로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하세요. 루마니아여행
experiences.myrealtrip.com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 일가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는데 그룹 투어로만 관람이 가능하답니다.
여기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이 가능해서 영어투어로 예약해 갔어요.
이 집은 대사관이 모여 있는 비교적 조용한 동네에 있는데요. 겉으로 보면 그냥 고급 저택인데, 내부는 거의 궁전 수준이에요.
그런데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요.
사람들이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데 사진도 못찍게 하냐고 뒤에서 욕하고 난리 났어요.
다들 교묘하게 찍더군요.
어떤 점잖게 생긴 독일인 아저씨는 팔짱 끼면서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척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고수의 스멜이...

완전 호화판 궁전 축소판 같은 이 저택은 각 가족들의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요.
근데 이상하게 저만 가이드에게 딱 걸렸어요. 그룹의 유일한 동양인이라 요주의 인물이 된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인건 앨레나 차우세스쿠의 드레스 룸. 얼마나 급하게 도망을 갔으면 옷가지도 고대로 다 놔두고 달아났을까요.
이 부부는 달아나 숲에서 민병대에게 잡혀 그대로 끌려와 총살을 당했어요..독재자의 말로란 참...

차우세스쿠 일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장남 뿐인데 독재자인 부모에게 반기를 들어 이 저택에서 산 적도 없고 지금도 2g 폰을 쓸 정도로 검소하게 산다고 하네요.

루마니아 국립미술관 – 비잔틴의 흔적
투어가 끝나니 오전 11시쯤. 루마니아 국립미술관으로 향했어요.
이곳은 옛 루마니아 왕궁을 개조한 미술관인데 섹션이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 왼쪽 윙: 유럽관
- 오른쪽 윙: 루마니아관
오스트리아에서 유럽 회화를 질리도록 봤기에 오늘은 루마니아관만 보기로 했어요.

루마니아 미술은 늘 보던 서유럽 미술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 비잔틴 양식 영향
- 금박 아이콘화
- 동방 정교회의 색채
이런 그림들도 있고...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니콜라에 그리고레스쿠의 게르가니의 집시여인 이란 작품이었어요.
아무래도 집시의 나라니까..집시여인의 초상화들이 종종 보이던데 그 중 가장 눈길이 가더군요.
루마니아식 사실주의 + 낭만주의 혼합 양식 으로 19세기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 러시아 영향 속에서
자국 정체성을 찾던 시기 민족 정체성을 나타낸 그림이라고 하네요.

뭔가 피카소와 사회주의 스타일이 묘하게 혼합된 느낌의 그림들도 있었어요.
위 작품은 이오시프 이세르의 튀르키에 여인 이라는 작품이에요
이오시프 이세르는 루마니아의 대표적인 표현 주의 모더니즘 화가 에요.
루마니아 남동부의 도브루자 지역에 살고 있는 타타르계 나 튀르키에계 주민들을 주로 그렸다고 합니다.
동유럽 스타일의 모더니즘 작품이에요.

사회주의 느낌 지대로 나는 그림..아우렐 포프의 엘라눌 이라는 작품인데요. elanul 은 루마니아어로 돌진,도약 뭐 그런 뜻이래요.
아우렐 포프는 루마니아 표현 주의,인상주의 화가로 인체를 움직임과 에너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그렸대요.
힘을 표현하기 위해 거친 붓터치, 노랑 연두 보라 같은 강한 대비색,,거친 명도차이가 특징이랍니다.

부쿠레슈티 구시가지 – 마지막 식사
차우세스쿠의 집을 보고 미술관까지 연달아 보니 다리도 아프고 허기가 몰려왔어요.
아침에는 샌드위치 반쪽 먹은게 전부였어요.
구시가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10대 머스매들이 “칭챙총” 거리며 쫒아오며 웃길래 위기감을 느끼고 경보로 벗어났어요.
체코 쿠트나호라 투어에서 종업원들이 나만 주문을 안받아 준거에 이어 두번째 인종차별이네요.
철없는 애새끼들이라 그러려니 합니다.
배라도 채우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싶어 구시가지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갔어요.
해산물 플래터와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했어요. 비주얼은 좋았지만 버터가 너무 많아 느끼했어요.
왜 이렇게 버터를 때려넣을까요. ㅎㅎㅎ

인제 일정도 끝나고 쇼핑이나 하자 싶어 루마니아 최대규모의 쇼핑몰 이라는 AFI 몰로 가 보았어요.
부쿠레슈티 시내버스는 한국 신용카드로 그냥 태그해도 버스비가 결제가 되는게 신기했어요. 참고로 전 삼성카드 였어요.

딱히 살건 없어요. 그래서 제로비탈 매장에 가서 크림이랑 세럼만 왕창 쓸어 담았어요
동유럽가면 제로비탈 크림 많이들 산다는데 루마니아가 제일 싸다고 합니다. 개당 만원 수준이에요.
폴란드에서는 지아자 크림을 왕창 샀는데 여행중에 3통이나 써버렸네요.
여행의 끝에서
다음날 아침 8시 비행기라 새벽에 체크아웃 하고 나가야 했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호텔로 복귀 했어요.
저녁은 마트에서 산 김밥과 라면.
이번 두달간의 동유럽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이었어요.
외롭고 고단했지만, 동시에 자유로웠어요. 웬지 체질에 맞는듯.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내가 어디로 가든 상관없는 사람이었어요.
그게 좋았어요.
긴 일정이었지만 여행의 끝은 늘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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