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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여행] 에게르 미녀들의 계곡 와인 시음과 현지 온천 체험기

by 레이디로마니 2025. 11. 7.

미녀들의 계속 가는 길

 

1. 늦은 아침, 여행자의 리듬으로 시작한 하루

여행 42일차 아침. 알람은 일찍 울렸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라 그런지 체력이 바닥나 있고, 하루쯤은 천천히 쉬고 싶었습니다.

 

전날 구시가지를 충분히 둘러봤으니 오늘은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죠.

 

‘오늘은 천천히 와인 마시고 온천이나 하자.’

 

그렇게 느긋하게 계획을 세우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미녀들의 계곡(Szépasszony-völgy).

 

에게르를 대표하는 와인 거리로, 수십 개의 와이너리가 동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헝가리 전통 와인을 시음하고 직접 구매할 수도 있어 현지인뿐 아니라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명소죠.

 

 

에게르 마을 토이트레인. 평일은 운행 안함

 

2. 미녀들의 계곡, 걸어서 가는 길의 낭만

블로그에서 본 정보에 따르면 시내에서 **토이트레인(관광열차)**이 미녀들의 계곡까지 왕복한다 되어 있었지만,비수기 월요일이라 그런지 운행이 중단되어 있었습니다.


볼트(Bolt)나 우버도 잡히지 않고, 버스 노선도 애매했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 도보 이동.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30분 거리였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평지라 걸을 만했습니다.


공기를 가르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포도밭과 낮은 언덕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래서 소도시 여행이 좋다.’


그 생각이 들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송어구이. 빈속에 와인 마실수는 없으니까
일단 디저트도 먹어보자

 

 

3. 조용한 와인 마을, 반쯤 닫힌 계곡의 월요일

드디어 도착한 미녀들의 계곡은 이름 그대로 고즈넉했습니다.


중앙의 작은 공원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와인 농장들이 둘러싸인 구조였습니다.


각 와이너리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월요일이라 문을 연 가게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문이 열린 곳마다 향긋한 와인 냄새가 가득했고, 주인들은 여유롭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와인 시음에 앞서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현지식당에 들어가자 웨이터가 끊임없이 농담을 던지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덕분에 혼자였지만 어색하지 않았죠.

 

메뉴는 송어구이(Grilled Trout).


할슈타트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 자체로 반가웠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워져 있었고, 디저트까지 포함해 12,000원 남짓.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와인 한잔.

4. 와인 시음 – 황소의 피보다 달콤한 에게르의 별

배를 든든히 채우고 본격적인 와인 시음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19번 와이너리와 22번 와이너리로 향했습니다.

 

19번집은 와인 시음에 **500포린트(약 2천 원)**를 받았고,22번집은 제가 병으로 구입하겠다고 하니 무료로 시음하게 해주었습니다.


시음 순서는 늘 비슷했습니다.


“레드? 화이트?”


주인이 먼저 물어보고, 그 대답에 따라 추천 와인을 따라줍니다.

황소의 피 에그리 비카베르

 

 

가장 먼저 맛본 것은 ‘에그리 비카베르(Egri Bikavér)’,
즉 ‘황소의 피 와인’이라 불리는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앞서 에게르 전투에서 유래된 전설을 지니고 있죠.

 

오스만 투르크군이 헝가리를 침략 한 후 부다페스트가 함락되고 에게르 까지 쳐들어왔어요.

 

에게르 성이 함락되기 직전 에게르 영주는 병사들의 사기를 위해 평소 귀족들만 마시던 와인을 나눠 주었어요.

 

전쟁 당시 헝가리 병사들은 이 포도주를 원없이 마시며 싸웠고, 와인에 붉게 물든 입가를 본 오스만 병사들이 “저들은 황소의 피를 마신다”며 겁을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와인 ‘에게르의 별(Egri Csillag)’이 더 맛있었어요. 
가볍고 상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돌아, 봄날 오후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었습니다.

 

결국 이 와인을 한 병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마트에 들러보니,토카이(Tokaji)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에이, 여기서 살 걸…’

 

살짝의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직접 고르고 마셔본 경험은 그 어떤 값싼 와인보다 값졌습니다.

 

에게르 시민온천

 

 

5. 동네 온천에서 마무리하는 휴식

돌아오는 길에 마침 숙소 근처에 현지 온천이 있어 들렀습니다.


입구를 한참 헤매다 겨우 들어가 보니,정말 ‘동네 목욕탕’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세체니나 루다스처럼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오히려 좋았습니다.

 

입장료도 저렴했고, 유황 냄새가 은은히 나는 노천탕이 있었습니다.


탕에 몸을 담그자 와인의 취기와 피로가 함께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우나는 별도 요금이라 이용하지 않았지만,맑은 공기 속에서 즐긴 온천욕은 그 어떤 명소보다 기억에 남았습니다.

 

에게르 공원

 

6. 느리게 흘러간 하루의 마무리

와인과 온천, 그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운 하루였습니다.


에게르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여행자의 마음도 그 리듬에 맞춰 천천히 가라앉았습니다.

 

‘이래서 헝가리 소도시 여행이 좋다.’

 

관광지의 화려함 대신, 작은 순간의 여유가 진짜 여행의 기억이 되어 남았습니다.

 

7. 여행 팁

  • 미녀들의 계곡 교통 : 도심에서 도보 30~40분 / 성수기에는 관광열차 운행
  • 추천 와이너리 : 19번, 22번 / 에그리 비카베르(Egri Bikavér), 에게르의 별(Egri Csillag)
  • 온천 위치 : 에게르 시내 근교, 동네 주민 위주로 조용한 분위기
  • 예산 팁 : 시음은 500~1000포린트 / 와인 한 병은 2000~4000포린트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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