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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여행] 트리에스테에서 류블랴나까지 – 버스 놓칠 뻔한 해프닝과 첫날 여행기

by 레이디로마니 2025. 9. 17.

트리에스테 플릭스 버스 승강장

 

1. 트리에스테를 떠나는 아침, 버스 놓칠 뻔한 사건

며칠 동안 비와 강풍만 맞으며 버텼던 트리에스테. 떠나는 날이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숙소의 우풍 때문에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9시 플릭스버스를 타기 위해 8시 20분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30분 정도 지연 후 도착한  플릭스 버스. 앱에는 분명 “버스 도착” 표시가 떴는데, 정류장에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한 오지랖 넓은 기사가 말을 걸길래 플릭스 버스 앱을 보여 주면서 사정 설명을 하니 “여기가 맞다”는데 어쩐지 이상했죠.

 

한참 이야기를 하다 그 기사님이 뭔가 생각이 난듯 인사이드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

순간 깨달음! 버스 터미널 건물 매표소 옆 “Al Bus”라고 쓰여 있던 문을 발견 한 순간 저기가 터미널 정류장이구나 싶었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안이 시외버스 승강장들이 쫙 있었어요. 류블랴나행 플릭스버스가 이미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버스 터미널 건물 앞에서도 온갖 버스들이 서길래 거기가 타는 곳인 줄알았는데...시외버스 터미널과 같은 구조였던 거죠. 

 

그 오지랖 넓은 기사님 아니었으면 놓칠 뻔한 상황이었죠. 고마운 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어요.

 

이런 순간이 나중에 또 오더라구요. 전 참 운이 좋은 사람 이에요. 

 

류블랴나 도착

 

 

2. 류블랴나 도착, 호스텔 입성 전까지

트리에스테를 떠나 동쪽으로 향하니 날씨는 다시 흐려졌습니다.

 

1시간 반쯤 달려 류블랴나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잿빛 하늘이 맞아주었습니다. 동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제 익숙합니다.

 

숙소는 최신식 호스텔 도미토리. 체크인은 오후 3시 이후라, 오전 11시에 도착한 저는 입구에 있는 짐 보관 캐비닛에 캐리어를 넣어두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침대마다 전용 캐비닛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제 번호(4번)를 다른 여행자가 쓰고 있기도 했습니다.

 

“자기는 2번 침대라 2번 캐비닛을 쓰라”는 인도 친구의 말에 단호히 거절했죠.ㅎㅎㅎ

 

류블랴나에서 먹은 첫끼. 팟타이

 

 

3. 류블랴나 첫 끼, 그리고 류블랴나 카드 구매

구시가지로 가는 길에 태국 음식점을 발견해 팟타이를 시켜 먹었습니다. 웬 젊은이가 혼자서 운영하던 식당인데.

 

방금 이 도시에 도착했다니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더군요. 류블랴나는 유독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도시였어요.

 

현지 음식이 다소 느끼하게 느껴지던 시점이라 오랜만에 아시아 음식이 반가웠습니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배부르게 먹고 나니 기운이 조금 돌아왔습니다.

 

관광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고민 끝에 류블랴나 카드 72시간권(49유로)를 구매했습니다.

 

류블랴나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 처럼 탈때 교통카드를 찍는 시스템입니다.

 

대중교통 무제한, 류블랴나 성, 푸니클라,시티투어 하는 트램, 박물관 등등 주요 관광지들을 이용 할 수있어요.

 

저는 3박을 해서 충분히 본전을 뽑았습니다.

 

류블랴나 성에서 내려다 본 시내 전경

 

4. 류블랴나 성에서 만난 잠깐의 햇살

카드를 손에 쥐자마자 바로 류블랴나 성 푸니쿨라에 올랐습니다.

 

사실 성 자체는 내부 볼거리가 많지 않았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 전경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잠깐 구름이 걷히며 햇빛이 쏟아지던 순간,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여행 중 날씨가 이렇게 중요한가 싶지만, 흐린 하늘만 보다가 갑자기 푸른 하늘을 만나면 그 감동은 배가 됩니다.

 

류블랴나 성에서 본 도시 풍경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류블랴나의 상징 드레곤 다리

 

5. 구시가지 산책과 세 개의 다리

류블랴나시 중간에는 류블랴니차 강이 흐르고 있어요. 이 강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류블랴나의 명소는 다 만나 볼 수 있어요.

 

가장 유명한 상징은  드래곤 다리 (Zmajski Most) 입니다.

 

다리 각 네개 모서리에 드래곤 상이 있는데요.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선 영웅,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아손(Jason)과 아르고(Argo) 원정대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아손은 콜키스 왕국에서 황금 양털을 훔쳐 달아나던 중, 흑해와 다뉴브 강을 거슬러 오늘날 류블랴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류블랴니차 강 상류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와 넓은 습지였습니다.

호수의 괴물, 용과의 만남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바로 거대한 이었습니다.

 

이 용은 주변 지역을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였습니다.

 

류블랴나에 첫발을 내디딘 이아손과 그의 용감한 아르고 원정대는 이 용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영웅 이아손은 괴물 용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용을 무찔렀습니다.

 

이 용감한 행위는 그 땅에 새로운 도시, 즉 류블랴나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아손은 류블랴나의 첫 번째 시민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도시의 상징이 된 용

흥미롭게도, 퇴치되어야 할 괴물이었던 용은 오늘날 류블랴나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용이 단지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힘, 용기, 위대함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류블랴나 사람들은 용을 도시의 수호신으로 여기며, 용의 다리뿐만 아니라 류블랴나 성의 휘장 등 도시 곳곳에서 용의 형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의 꼬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용의 다리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지역 설화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다리 위 네 마리의 용은 평소에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순결한 처녀가 다리를 건너면 꼬리를 흔든다는 것입니다. 

 

트리플 브리지

 

 

그리고 또 하나의 명물은 트리플 브리지 (트로모스토브예) 입니다.

 

원래 이곳에는 1842년에 지어진 하나의 석조 다리만이 있었습니다.

 

'프란츠의 다리'라고 불렸던 이 중앙 다리는 당시 점점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에 벅찼습니다.

 

20세기 초, 류블랴나의 도시 전체를 현대적으로 재설계한 위대한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Jože Plečnik)**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기존의 석조 다리를 허무는 대신, 그 양옆에 보행자 전용 다리 두 개를 추가로 건설하여 차량과 사람의 동선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1932년에 다음과 같이 구성된 트리플 브리지가 탄생했습니다.

  • 중앙 다리: 기존의 석조 다리로, 당시에는 차량 통행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현재는 모두 보행자 전용)
  • 양옆의 다리: 보행자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다리로, 중앙 다리보다 약간 낮게 설계되었습니다.

플레치니크는 단순히 다리만 추가한 것이 아니라, 세 다리를 우아하게 연결하는 계단과 난간의 가로등 등 세심한 디테일을 더해 완벽한 건축적 조화를 이뤄냈습니다.

 

그의 디자인 덕분에 트리플 브리지는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공공 광장이자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

강물이 불어 보트운행을 하지 않는 류블랴니차 강

 

성에서 내려와 구시가지를 걷다 보니 관광객들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습니다.

 

저도 여러 번 오가며 구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햇빛이 있을 때가 제일 예쁘게 나오더군요.

 

보트 투어도 류블랴나 카드로 탈 수 있었는데, 강물이 거칠어 당일은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아쉬웠지만 여행에서 이런 변수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호스텔 내 벙커

 

6. 호스텔의 첫인상

저녁 무렵 호스텔에 돌아오니 디지털 키가 활성화되어 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8인실 도미토리에 주방과 화장실이 함께 있는 구조였는데, 개인 공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까 내 캐비넷을 쓰던 인도애가 저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피곤해서 거절하고 침대에 누워버렸습니다.

 

저녁은 간단히 마트에서 사온 간식으로 대신하고, 내일 빨래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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