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흐린 날씨를 피해 떠난 소도시 여행
트리에스테에서 맞이한 아침. 밤새 비바람이 창문을 때려 잠을 설쳤습니다.
며칠째 이어진 꿀꿀한 날씨 탓에 기분도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분위기를 환기할 무언가가 필요했죠.
급히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트리에스테는 이탈리아 최동단의 도시지만 나름 대도시라 기차편이 다양합니다.
첫 목적지는 우디네. 약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가볍게 떠나기 좋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우디네의 첫인상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구름 낀 하늘 아래 어두운 건물과 조용한 거리가 어쩐지 우울해 보였고, 역 주변은 다소 낙후된 분위기였습니다.
짧은 산책 끝에 다음 기차를 끊어 트레비소로 향했습니다.

2) 리틀 베네치아, 트레비소 도착
정오 무렵 트레비소 역에 도착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덕에 “리틀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입니다.
실제로 운하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베네치아의 한 조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트레비소는 과거 매춘 도시로도 악명이 높았는데, 바로 이곳에서 세계적인 디저트 티라미수가 탄생했습니다.
술,달걀,시나몬 등으로 만들어 “기운을 북돋워 준다”고, 방문객들에게 정력에 좋은 음식처럼 홍보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명성을 이어받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디저트가 되었죠.


3) 티라미수의 고향, 미슐랭 식당 Le Beccherie 체험
https://maps.app.goo.gl/N6RX8nx2QFnS1FYb7
Le Beccherie · P.za G. Ancilotto, 9, 31100 Treviso TV, 이탈리아
★★★★★ · 음식점
www.google.com
트레비소에 왔으니 원조 티라미수를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티라미수 원조 집이자 미슐랭 식당인 Le Beccherie를 찾았습니다.
야외 테라스는 티라미수만 맛보려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저는 점심 식사도 하고 싶어 실내 좌석에 앉았습니다.
메뉴판은 전부 이탈리아어라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송어가 올라간 차가운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아뮤즈 부쉬처럼 작은 요리들이 먼저 나왔고, 본격적인 파스타는 양이 적어 보였지만 먹다 보니 충분히 배불러서 남겼습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티라미수. “이게 원조구나”라는 감동보다는 “역시 클래식하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정도 퀄리티의 티라미수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원조 집에서 먹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4) 매춘의 도시를 상징하는 Fontana delletette
골목길을 걷다보면 여인의 가슴에서 물이 나오는 포토스팟이 있어요.
트레비소에 오면 다들 여기서 사진을 남기고 갑니다.
Fontana delletette 라는 분수 있데요.
지금은 가슴에서 물이 나오는 분수지만 예전에는 축제나 행정관이 부임해 올떄 파티가 열리면 한쪽 가슴에서는 레드와인이 다른 쪽 가슴에선 화이트 와인이 나왔다고 합니다.
역시나 매춘의 도시 다운 발상 이지요.

4) 미술관과 성당 산책
https://maps.app.goo.gl/A9s5p2TnofMJK6Ug8
"Luigi Bailo" Museum · Borgo Camillo Benso Conte di Cavour, 24, 31100 Treviso TV, 이탈리아
★★★★★ · 현대미술관
www.google.com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난 뒤에는 시내를 산책했습니다.
작은 운하와 벽화, 오래된 건물이 이어지는 풍경이 아기자기했습니다.
이탈리아 소도시 특유의 여유로운 공기 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걷다가, 급히 화장실이 필요해 가까운 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입장료는 6유로.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르네상스와 현대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였고, 잠시 추위를 피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근처 성당에도 들러 조용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6) 다시 흐려진 하늘 아래
돌아오는 기차표는 오후 4시 반. 트리에스테까지 기차로 3시간이라 일찌감치 돌아갔습니다.
그나마 역으로 가는 길에 잠시 해가 쨍하고 비쳤습니다.
며칠 만에 보는 햇살이라 마음까지 밝아졌습니다.
그러나 트리에스테로 가까워질수록 다시 하늘은 어두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운하의 야경을 보고 싶었는데 비가 쏟아지고 춥고 어둡고..그냥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일주일 내내 비 소식뿐이더군요. 그저 류블랴냐에 도착할 때는 맑은 하늘이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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