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쏟아지는 비와 함께 시작하는 올로모우츠 구시가지]
아침부터 끊임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올로모우츠에서 보내는 단 하루를 결코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비옷을 챙겨입고 숙소 문을 나섰어요. 동유럽에서 이렇게 몇 날 며칠 내리는 비는 처음 겪어보는 듯합니다.
볼트를 불러 구시가지로 이동, 레드 처치를 목적지로 정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문이 굳게 닫혀 있더라고요.
특별한 목적 없이 걷다보니 광장 한복판에 있는 성삼위일체 타워는 아쉽게도 공사중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광장도, 골목도, 비바람에 텅 빈 듯 휑했지만, 오히려 이런 한적한 유럽 소도시 분위기가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더군요.

결국 따뜻한 크레페에 커피 한 잔 하며 잠시 창밖의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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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성 모리스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음악과 여행의 선물]
광장 근처, 잠시 비를 피해 들어간 곳이 성 모리스 성당이었어요.
비 내리는 고딕 양식의 성당에 발을 들여놓으니, 마침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한창이더라고요. 인생 첫 실연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엄청난 스테레오의 울림, 장엄한 곡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는데, 곡이 끝나자 연주자가 두 팔을 번쩍 들며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미소가 나왔어요.
음악은 장엄함 그 자체인데 연주자는 완전 깨발랄 하더군요.
이날처럼 예상하지 못한 음악 선물이 여행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모라비아 와인 시음부터 대주교 궁전 투어까지, 현지의 맛과 공간을 걷다]
성당을 나와 비를 뚫고 걷다보니, 우연히 모라비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카페를 발견했어요.
현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한 잔에 6,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죠.
맛은 산뜻하고 가볍지만 알코올 도수가 느껴지지 않아 “이게 무알콜 와인인가?” 싶을 정도.
와인 잔을 비우며 지도를 펼치니, 근처에 대주교 궁전이 있다고 해 방문해 보았습니다.
입장은 오직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해서, 할머니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투어에 참여했어요.

대주교 궁전 내부.
관람객이 저 혼자라 뻘쭘했지만, 친절하게 설명서를 보여주고 궁전 구석구석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원래 한 시간짜리 투어였지만, 둘만 있으니 30분 만에 끝이 났네요.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 대주교들의 궁전이었는데 그 당시 대주교들은 지금처럼 순수한 성직자가 아니라 공작 같은 작위도 있으면서 통치도 하는 권력자들이었어요.
여행 중 이렇게 현지의 맛과 공간을 직접 느끼는 시간이 가장 특별한 추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바츨라프 성당, 그리고 우중 산책의 끝]
점심은 우연히 발견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로 간단히 해결했어요.
이상하게 체코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옛 공산국가 시절 체코와 베트남은 서로 교류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 베트남인들이 체코로 대거 이주를 했대요.
지금은 2대나 3대 들이겠죠?
동유럽에서 입에 잘 맞지 않는 음식만 먹다가, 한 그릇의 쌀국수가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답니다.
수퍼마켓도 베트남인들이 운영 하는 곳은 아시안 식품이 많아 보일때마다 쟁여 두었어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웅장한 고딕 양식의 바츨라프 성당. 고딕양식의 웅장한 성당이었어요.
안에 들어가니 독일 단체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길래 따라 갔더니 철문을 잠가 버렸네요. 강제로 체코어와 독일어로 진행되는 설명을 들어야 했어요.

성당을 나와서는 바로 옆 박물관도 들렀습니다. 예상 외로 전시도 괜찮았고, 비 오는 오후의 조용한 산책을 완성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쏘다니다 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어요. 돌아가려고 트램티켓을 사려 했지만 도무지 티켓 파는 데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살뺸다 생각하고 모라바 강을 따라 30분 남짓 걸어 숙소로 돌아왔어요. 소도시로 이렇게 여행 다니면 정말 살이 빠질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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