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공기와 아쉬운 작별, 자코파네를 떠나며]
여행의 진짜 시작은 언제나 이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자코파네에서의 마지막 아침, 알람도 없이 새벽 4시 반에 눈을 떴습니다.
산골마을의 서늘한 공기와 안개, 스멀스멀 올라오는 한기. 전날까지 맑았던 하늘이 오늘은 촉촉히 젖어 있더라고요.
샬레 주인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다가와 “어디로 가냐, 머무는 건 어땠냐, 괜찮았다면 후기 좀 남겨줘”라고 안되는 영어로 건네며 짧은 작별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체코 프라하까지 한 번에 가기엔 너무 먼 거리라, 이번 여정은 카토비체를 거쳐 올로모우츠로 가는 플릭스 버스의 긴 하루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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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거리 버스는 역시 플릭스 버스!!

[플릭스버스, 비 내리는 고속도로 위 하루의 시작]
아침 7시 10분에 숙소 체크아웃.
자코파네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은 차가운 공기와 희뿌연 비, 그리고 캐리어를 끄는 손에 남겨진 여행의 무게로 가득했습니다.
8시 10분, 플릭스 버스에 올라타고 폴란드 서쪽 도시 카토비체를 향해 출발했죠.
비 오는 날의 장거리 버스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도시와 도시를 잇는 회색빛 도로,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 시트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생각을 내려놓는 그 느긋함이 나름의 휴식이 되었거든요.
카토비체에서는 1시간 정도 멍하니 대기하다가 무료 화장실에서 간단히 정비도 하고, 다시 올로모우츠로 이동하는 두 번째 버스를 탔습니다.
여행자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버스 환승, 그리고 장거리 이동의 고단함도 오늘은 낯설지 않았어요.

[올로모우츠 도착, 비 속을 뚫고 찾은 오늘의 숙소]
오후 4시 반, 체코 올로모우츠에 도착했을 때 역시 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을 타나 걸어가나 시간은 별 차이가 없다 해서, 우비를 꺼내 입고 캐리어를 이끌며 역 뒤편 골목을 20분 걸었습니다.
역 주변은 여느 유럽의 작은 도시처럼, 비에 젖은 도로와 약간은 우울한 분위기, 거친 도로, 인적 드문 거리, 그리고 빗속에서 길을 찾는 낯선 여행자의 모습이 한 장면을 완성하더라고요.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정말 맞나봐요. 어느덧, 캐리어를 끌고 비 맞으며 도시를 헤매는 일도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졌으니까요.

올로모우츠 역 뒤편 구시가지
[빨래, 마트, 그리고 조용한 저녁]
이번 숙소에는 세탁기가 있어 오자마자 쌓인 빨래부터 처리했습니다.
여행에서 빨래는 일이라기보다는 작은 리셋, 피로를 씻어내는 의식 같기도 해요.
이 동네 마트 영업시간이 짧으니, 6시 전에 얼른 근처 마트에 다녀왔어요.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살라미와 블루베리, 그리고 생수를 샀어요.
내일도 비 소식이 있어서일까, 이 작은 도시에서의 저녁은 더욱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어디 나가기보다는 숙소에서 쉬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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