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루마니아 시비우의 아침은 영하 1도.
진짜 있는 옷 없는 옷 다 껴입고 캐리어까지 끌어안고 겨우 출발했어요.
아침이라고 먹은 건 남은 빵 조각이랑 물러터진 딸기 몇 개.
몸이 차가우니 더 배고프고 더 피곤한 그런 날이죠.
🚐 버스터미널에서 할아버지 천사를 만나다

기차역 옆 버스터미널은 정말 말 그대로 ‘휑’했습니다.
버스 한 대 지나가면 바람 소리만 들리는 그런 분위기.
여기서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루마니아어로 뭐라뭐라 하시는 거예요.
제가 눈치는 또 기가 막히게 ‘어디 가냐’고 묻는 느낌을 받았죠. ㅎㅎㅎ
그래서 “시기쇼아라(Sighișoara)”라고 하니 갑자기 “노노!” 하면서 손을 저으시더니 저보고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셨어요.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는데…덕분에 진짜 버스 놓칠 뻔한 걸 피했습니다.

버스터미널 정식 플랫폼이 아니라 바깥 공영주차장, 교회 앞에서 여행사 미니버스가 출발하더라고요.

가서 이름을 말하니 명단에서 제 이름을 체크!
아… 이럴 때만큼은 낯선 나라의 오지랖이 정말 고마운 순간이죠.
1시간 반 정도 달려서 시기쇼아라 도착.
참고로 루마니아에서의 철도나 시외버스는 아래 사이트나 CFR calatori 라는 앱으로 예약이랑 결제를 할 수 있어요.
https://www.cfrcalatori.ro/en/
Home - CFR Calatori
November 20, 2025 CFR Călători inform the passengers that,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new 2025/2026 Train Timetable, which will enter into force as of December 14, 2025, the standard period of advance ticket purchase is temporarily reduced. Thus, tick
www.cfrcalatori.ro
나름 시스템이 잘 되어 있더라구요.

캐리어 들고 성채 계단 오르는 지옥의 코스
시기쇼아라는 성채도시(Citadel)가 꽤 유명하잖아요.
문제는… 성채는 ‘언덕 위’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구글맵 경로대로 걷는데,시작부터 계단. 또 계단. 더 많은 계단.
캐리어까지 끌고 올라가려니 허벅지에 힘이 후두둑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제 캐리어를 덥석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거예요.
“오… 천사 2번째 등장?”
싶었는데… 이게 또 반전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길치 할아버지’…
캐리어까지 들어주셨던 그분이 이번엔 제 숙소 위치를 물어보시더니
“저쪽 아니다! 이쪽이다!” 하며 계속 다른 방향을 알려주시는 거예요.
근데 지도상 제 숙소는 바로 근처인데…
왠지 이분 말이 또 맞겠지 하고 따라갔다가 결국 캐리어 끌고 헛걸음만 했어요.
그래도 이상해서 다시 원래 골목으로 돌아왔더니
그 할아버지가 또 나타나서 “아니 여기 아니라고!!”라고 막 얘기하시는데…
……결론은
제가 맞았고, 그 할아버지네 집 옆집이 제가 묵을 숙소였습니다.
진짜 허탈해서 웃음도 안 나더라고요.
힘 다 빠진 상태에서 캐리어까지 다시 끌고 오르락내리락 괜히 고생 2배, 3배로 하고 숙소 도착했어요.

🏠 숙소 체크인부터 또 한 번의 덤덤한 충격
주인을 불러 입장을 했는데 웬 잔소리를 그렇게 하시는지…
뭐 여기 조심해라, 저기 조심해라, 자기가 차로 관광지 알려줄 테니 따라오라…
아니… 일단 쉬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
결국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거기다 숙박비를 현금으로 달라는 거예요.
여태 유럽 돌아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는데 당황스럽더군요.
문제는…오늘은 일요일이라 환전소가 전부 문 닫았다는거.
ATM에서 뽑을 수 있다고 했지만 트래블 월렛도 아니고
한국 신용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아 쓰는 건 이자가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내일 아침 환전하자마자 드릴게요” 하고 일단 넘겼습니다.
뭐 지나고 보니 숙소 주인 아저씨는 그냥 성격이 좀 꼼꼼한 사람일 뿐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미리 연락을 줬더라면 차로 데리러 왔을텐데...나중에 체크 아웃 하고나니 당연하다는 듯
버스타는데 까지 차로 데려다 주더라구요.
🍜 배가 고프면 라면이 답이다
정신도 없고 체력도 쭉 빠져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는데 라면 끓여 먹자마자 좀 살 것 같더라고요.
이제 라면은 거의 여행 데일리템이 되어갑니다.
그래도 계속 라면이랑 빵만 먹으니 억지로라도 단백질 챙겨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오후 늦게 시타델 안 식당으로 가서 루마니아식 굴라쉬를 와인이랑 주문했어요
시큼한 맛 덕분에 느끼하지 않고, 그동안 쌓였던 공복감도 날아갈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도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좀 더 가까워서 인지 동유럽 음식 특히 루마니아랑 형가리 음식이 입에 잘 맞았어요.

🧛♂️ 드라큘라의 도시… 하지만 심하게 관광지화 된 느낌.
숙소 가는 길에 ‘드라큘라 백작 블라드 3세가 태어난 집’이라는 곳을 지나갔어요
1층은 기념품 샵이고 2층이 전시실인데 음… 솔직히 딱 봐도 관광용.
그냥 “여기서 태어났다더라~” 라는 마을의 자부심 같긴 했는데 별로 볼게 없어 보여 패스했습니다.
✨ 하루 총평
시기쇼아라는 작은 도시지만 분위기가 독특했고 중세 성채도시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라 매력은 확실했어요.
다만…
• 현금 꼭 챙겨야 하고
• 숙소는 난방 여부 체크 필수
• 언덕과 계단 각오해야 함
그래도 여행이 끝나갈수록 이런 작은 사건들도 다 추억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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